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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퇴근 재해 판단,‘형식’이 아닌‘생활의 실질’에 주목해야 한다! -서울행정법원, ‘육아 후 기숙사 이동 중 사고’ 업무상 재해 인정..

  • 2026.04.03 12:5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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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중 발생한 사고의 산업재해 인정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근로자의 생활 방식이 다양해지고 가족구조와 근무형태가 변화하는 가운데, 기존의 획일적인 판단 기준만으로는 현실을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2025구합54242, 2026.1.22. 선고)은 이러한 현실 변화를 반영한 의미 있는 판결을 내놓았다. 퇴근 후 자택에 들러 자녀를 돌본 뒤 회사 기숙사로 이동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 사건에서 법원은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주거에서 주거로의 이동이며, 육아는 경로의 일탈이라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거부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순한 이동 경로의 형식이 아니라 근로자의 실제 생활 여건과 행위의 필요성, 생활의 실질을 중심으로 판단을 내린 것이다.

첫째, 법원은 회사 기숙사를 근로자의 실질적 주거로 보지 않았다. 기숙사는 업무 편의를 위한 부수시설에 불과하며, 근로자의 가족이 거주하는 자택을 중심으로 생활 실체를 파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출퇴근 경로 판단은 근로자의 생활상 실질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의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둘째, 법원은 육아와 가사노동을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행위로 인정했다. 영유아를 돌보기 위한 일시적 경로 변경은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사정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과거에는 가족돌봄 행위가 경로 일탈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 판결은 달라진 가족 형태와 생활 현실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셋째, 법원은 조기출근을 위해 전날 이동한 행위 역시 통상적인 출근 과정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는 근무시간이 유동적이거나 조기출근이 빈번한 업종 등에서 출·퇴근 개념을 시간적으로 확장한 판시로 평가된다.

 

이번 판결은 출·퇴근 재해 판단에서 형식보다 실질을 중시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법원은 출퇴근 재해 판단 시 근로자의 생활 방식, 가족관계, 근무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며, 획일적인 경로 해석보다는 생활 중심의 유연한 접근성을 강조했다.

 

요컨대 기업은 법령이나 과거 관행에만 의존하기보다 근로자의 실제 생활 여건을 반영한 내부 판단 기준과 대응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퇴근 재해 발생 시 초기 조사 단계에서 근로자의 통상 출·퇴근 경로와 생활상 사정을 면밀히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해졌다.

 

한편, 근로자 역시 권리구제 절차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근로복지공단의 불승인 처분에 대해서는 심사청구, 재심사청구, 행정소송 등의 절차를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절차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권리 회복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퇴근 재해는 더 이상 단순한 이동 중 사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근로자의 삶 전반과 맞닿아 있는 문제이며, 법 역시 그 변화된 현실을 반영하며 해석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제는 출·퇴근 재해 판단에 있어 형식적 기준을 넘어, 근로자의 생활 실질을 중심으로 한 보다 합리적이고 사람 중심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