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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왜 반복되고 안전은 왜 작동하지 않는가

  • 2026.05.11 16: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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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우리는 익숙한 질문을 던진다. “왜 작업자가 규정을 지키지 않았는가?” 그러나 이 질문은 산업재해를 개인의 책임으로 환원하는 전형적인 접근이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그 작업자는 규정을 지킬 수 없는 상황에 놓였는가?” 이 질문의 전환이야말로 오늘날 산업안전의 출발점이다. 기술과 사람의 불일치가 사고를 만든다.

1950년대 영국 타비스톡 연구소에서 제시된 ‘사회기술시스템은 조직을 기술과 인간이 결합된 하나의 시스템으로 본다. 설비와 절차만으로는 안전이 완성되지 않으며 조직문화와 의사결정 구조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내용의 핵심은 분명하다. 사고는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시스템 설계의 결과라는 점이다.

필자가 22년간 다수의 중소사업장을 점검하면서 경험한 사실은 안전장치가 설치된 기계설비에서 작업자가 이를 해체하거나 무효화시키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규정 위반이 아니라 생산 압박, 비현실적인 작업시간, 관리자의 묵인이 결합된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형식적인 매뉴얼과 안전표지가 있음에도 끼임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도 같다. 기술은 존재하지만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이는 기술과 조직 운영이 어긋난 전형적인 안전관리시스템의 실패다.

특히 원·하청 구조에서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하청은 위험을 감수하지만 의사결정 권한은 제한된다. 책임과 권한이 분리된 구조에서는 안전이 작동하기가 어렵다.

또 말하지 못하는 조직은 이미 위험하다. 안전은 장비보다도 명확한 정보 전달과 상호 의사 소통에서 결정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에이미 에드먼슨(Amy C. Edmondson) 교수는 오류 보고가 많은 조직일수록 더 안전하다고 말한다. 이는 ‘심리적 안전’이 확보된 조직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현장에서는 위험을 인지하고도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불이익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러한 조직에서는 위험 신호가 차단되고, 사고는 반복된다.

국내에서도 작업중지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멈추는 행위가 권리가 아니라 부담으로 인식되는 순간, 제도는 무력화된다. 결국 안전은 통제의 문제가 아니라 말할 수 있는 구조의 문제다. 즉, 행동이 아니라 구조를 바꿔야 한다.

미국 국가안전위원회에서 안전전문가로 활동하는 댄 피터슨은 사고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관리 시스템의 결함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행동은 결과이고 원인은 관리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누가 잘못했는가”를 묻는 조직은 같은 사고를 반복한다. 대신 “왜 이런 행동이 가능했는가”를 물어야 한다. 규정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규정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그 규정이 현실에서 작동 가능한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왜내하면 사람을 바꾸는 것보다 구조를 바꾸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사고 예방은 언제나 시스템 개선에서 시작된다. 안전은 ‘준수’가 아니라 ‘설계’하는 것이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위험성평가제도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 역시 단순한 서류 작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는 사회기술시스템의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행 중심의 관리 프레임워크로 작동해야 한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실행 중심 안전설계이다.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규정은 유지할 이유가 없다. 과감히 수정하거나 폐기하고 실제 작업 조건에서 실행 가능한 기준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둘째, 개방형 커뮤니케이션이다. 위험을 인지하고도 말하지 못하는 조직에서는 어떤 제도도 작동하지 않는다. 위험을 제기하는 사람이 보호받고 존중받는 구조, 나아가 조직에 내실화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책임과 권한의 정합성이다. 이는 현장 작업자에게 실질적인 작업중지권을 보장하고, 이를 조직 차원에서 지지하는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요컨대 안전은 규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안전은 사람들이 안전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의 결과다. 이제 산업재해를 개인의 실수로 책임을 전가하는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경영자는 기술과 사람, 그리고 관리가 정합된 통합 구조를 설계하는 데 전략과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결국 기업의 지속가능한 안전경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며 이제는 사회기술시스템 관점에서 산업안전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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