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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은 달라도 열사병은 합산된다…‘세 번째 환자’ 전에 멈춰야

  • 2026.08.12 10: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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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은 해당 현장의 일회성 사고로 처리되기 쉽다. 사망자가 없고 치료 기간이 짧으며 서로 다른 현장에서 시차를 두고 발생했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산업재해 해당 여부는 개별 현장이나 입원 기간, 달력연도만을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건설업체 갑의 A·B현장에서 어느 해 7∼8월 근로자 3명이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에 이송돼 한 명은 열탈진, 두 명은 열사병 진단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다음 해 6월에는 C현장에서 근로자 한 명이 다시 열사병 진단을 받고 당일 귀가했다. 사망자나 장기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는 없었지만 세 명의 열사병이 모두 업무상 폭염 노출로 발생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제2호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 뿐 아니라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와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대통령령에서 정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도 중대산업재해로 규정한다.

같은 법 시행령 별표 1 제24호는 ‘고열작업 또는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하는 작업으로 발생한 심부체온 상승을 동반하는 열사병’을 직업성 질병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열사병은 사망이나 장기 입원으로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동일한 유해요인’, ‘법정 직업성 질병’, ‘1년 이내 3명 이상’이라는 요건을 충족하면 중대산업재해가 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동일한 유해요인’을 발생 장소가 아니라 노출된 유해인자와 작업양태 등에서 객관적 동일성이 인정되는 경우로 해석한다. 따라서 A·B·C현장이 모두 폭염에 노출되는 건설작업이고 작업양태, 작업강도 및 노출조건 등에 공통성이 있다면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평가될 수 있다.

반면 개인의 기저질환이나 업무 외 요인이 주된 발병 원인이라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기상자료, 체감온도, 작업내용, 노출시간, 휴식 내역, 예방조치, 진단서 및 의학적 소견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직업성 질병자는 유해요인별로 구분한 뒤 세 번째 환자 발생일부터 1년을 역산해 산정한다. 발생 장소가 다르더라도 유해요인이 동일하면 합산하지만 같은 기업에서 발생했더라도 유해요인이 다르면 합산하지 않는다(고용노동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599, 2022. 2. 17.).

열탈진도 중요한 건강장해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별표 1은 온열질환 중 ‘심부체온 상승을 동반하는 열사병’만을 직업성 질병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열탈진 환자를 직업성 질병자 3명을 산정할 때 제외하는 것은 타당하다.

반면 열사병은 입원 여부나 치료 기간이 성립 요건이 아니다. 당일 치료 후 귀가했더라도 진단서, 의학적 소견, 심부체온 상승 여부 및 폭염 노출자료를 통해 법정 열사병으로 확인되면 산정 대상이 될 수 있다.

‘1년 이내 3명’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달력연도가 아니라 세 번째 질병자 발생일부터 역산해 판단한다. 따라서 다음 해 6월 C현장에서 세 번째 열사병 환자가 발생했다면 전년도 7∼8월에 발생한 두 명도 1년 이내에 포함될 수 있다. 연도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전년도 발생 인원이 초기화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건설업은 개별 현장이 아니라 경영상 일체를 이루는 기업 전체를 기준으로 한다. 하나의 건설회사가 관리하는 여러 현장에서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발생했다면 전체 현장의 환자를 합산한다(고용노동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2544, 2022. 7. 1.). 본사가 각 현장의 온열질환을 개별적으로 종결하면 기업 전체의 누적 위험을 놓칠 수 있다.

다만 열사병 환자 3명이 발생했다고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자동으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형사책임이 성립하려면 중대산업재해 발생과 함께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하고 그 위반과 재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한다.

반대로 폭염 위험을 사전에 평가하고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배정하며 현장별 예방조치의 이행 여부를 실질적으로 점검·개선했다면 열사병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수사와 재판에서는 사고 이후 작성한 서류보다 사고 이전부터 실제로 작동한 안전보건관리체계와 그 이행 증거가 중요하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59조제4항은 체감온도 31도씨 이상인 작업장소에서 하는 장시간 작업을 ‘폭염작업’으로 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2026년 폭염 대비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사업장 대응지침에 따르면 장시간 작업을 연속 2시간 이상으로 해석하며 관련 보건조치는 실내·외 작업 모두에 적용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체감온도는 냉방기나 선풍기 바로 앞이 아니라 근로자가 실제로 작업하는 장소 중 온도가 가장 높은 곳에서 바닥으로부터 약 1.2∼1.5미터 높이를 기준으로 측정해야 한다. 공정별 온도 차이가 크면 각 공정을 구분해 측정·기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사업주는 폭염작업 시 냉방·통풍장치 설치·가동, 작업시간대 조정, 적절한 휴식시간 부여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체감온도 33도씨 이상에서는 원칙적으로 매 2시간 이내에 20분 이상의 휴식을 부여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지침은 체감온도 35도씨 이상에서는 매시간 15분씩 휴식하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옥외작업을 자제하며 38도씨 이상에서는 긴급작업 외 옥외작업을 중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옥외작업자에게 그늘진 휴식장소와 깨끗한 음료수를 제공하고 땀을 많이 흘리는 작업에는 식용 소금, 식염정, 식염포도당 또는 분말·액상형 이온음료 등을 제공할 수 있으며, 복용법과 주의사항도 함께 안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기업이 폭염작업 시 점검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모든 현장의 온열질환과 의심 사례를 본사에서 통합 관리해야 한다. 발생일, 진단명, 작업내용, 체감온도, 노출시간, 응급조치 및 재발 방지 조치를 같은 기준으로 집계해야 한다.

둘째, 위험성평가에 폭염을 독립된 유해·위험요인으로 반영하고 습도, 복사열, 작업강도, 보호구 착용, 고온순응 여부, 연령 및 기저질환 등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신규 배치자와 온열질환 민감군에게는 단계적인 고온순응 조치가 필요하다.

셋째, 체감온도별 작업조정·휴식·작업중지 기준을 회사 공통 기준으로 정하고, 공정 지연이나 하도급 일정이 휴식을 방해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넷째, 체감온도 측정, 교육, 물·그늘·휴식 제공, 작업시간 조정 및 민감군 관리 결과를 일자별로 기록하고 해당 연도 12월 31일까지 보관해야 한다.

다섯째, 열사병 의심자를 발견하면 작업을 즉시 중단하고 시원한 장소로 옮겨 체온을 낮춰야 한다. 의식이 없거나 상태 판단이 어려우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하며 의식이 흐리거나 스스로 물을 마시기 어려운 근로자에게 억지로 수분을 섭취하게 해서는 안 된다. 또 동일한 폭염작업도 중단하고 보건조치의 이행 여부를 즉시 점검·개선해야 한다.

최근 언론 보도는 폭염이 국민의 생명과 산업현장의 안전을 위협하는 재난 수준의 위험임을 보여준다. 뉴스핌은 2026년 8월 8일 오전 기준 온열질환 사망자가 23명이며 이 중 65세 이상이 19명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저녁 YTN은 하루 동안 환자 202명과 사망자 3명이 추가돼 누적 환자가 사망자 26명을 포함한 3,089명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두 보도의 사망자 수 차이는 집계 시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뉴스핌·YTN, 2026. 8. 8.).

이는 고령자 뿐 아니라 건설·물류·제조·농축산업 및 냉방이 부족한 실내 작업장에도 보내는 경고다. 기업은 온열질환을 현장별 개별 사건으로 종결하지 말고 첫 번째 환자가 발생한 즉시 모든 현장의 작업조건과 예방조치를 점검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의 핵심은 세 번째 열사병 환자를 사후적으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폭염을 유해·위험요인으로 관리하고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작업 일정이나 공정보다 우선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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