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산업용 로봇을 가장 밀도 높게 사용하는 국가다. 국제로봇연맹(IFR)이 발표한 World Robotics 2025에 따르면 2024년 우리나라 제조업의 로봇 밀도는 근로자 1만 명당 1220대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2019년 이후 연평균 약 7%씩 증가한 결과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보급이 곧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2026년 4월 고용노동부의 재해 승인 통계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산업용 로봇을 기인물로 한 산업재해 사망자는 26명으로 연평균 2.4명에 달했다. 사망사고의 약 90%는 끼임 유형이었고 약 60%는 수리·검사·준비 등 비정형 작업 중 발생했다. 특히 비정형 작업 사고의 약 83%는 로봇을 정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하다 발생했다. 이러한 통계는 산업용 로봇의 위험이 정상적인 자동운전보다 점검·수리·청소·부품 교체·이상 조치 등 사람이 로봇의 동작영역에 진입하는 순간에 집중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로봇재해 예방의 핵심은 로봇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사람이 위험구역에 들어갔을 때 확실히 정지하고 작업자가 안전하게 빠져나오기 전에는 다시 작동하지 않도록 로봇셀 전체를 설계하는 데 있다.
현장에서는 “산업용 로봇은 어떤 인증을 받아야 하는가”, “안전매트 등 방호장치를 설치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가”, “설치할 때 안전검사를 받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혼선은 산업용 로봇 본체와 방호장치에 적용되는 제도가 서로 다르고 자율안전확인신고와 안전검사가 각기 다른 시점과 대상을 규율한다는 사실을 놓치는 데서 시작된다.
산업용 로봇 본체는 원칙적으로 안전인증 대상이 아니라 자율안전확인신고 대상이다. 반면 안전매트와 광전자식 방호장치 등 산업용 로봇 방호장치는 안전인증 대상이다. 자율안전확인신고가 제조·수입 단계에서 로봇이라는 ‘제품’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제도라면 안전검사는 사업장에 설치된 로봇과 관련 기계·장비 및 보호영역을 하나의 ‘산업용 로봇셀’로 보고 사용단계의 안전상태를 확인하는 제도다.
현장에서는 이를 안전인증과 혼동해 “산업용 로봇이 자율안전인증을 받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율안전인증’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공식 용어가 아니다. “산업용 로봇에 대해 자율안전확인신고를 하였다” 또는 “자율안전확인 신고증명서를 발급받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자율안전확인신고 대상은 직교좌표 로봇을 포함해 3축 이상의 매니퓰레이터를 갖추고 전용 제어기를 이용해 프로그램 및 자동제어가 가능한 고정식 로봇이다. 특히 자율안전확인신고의 ‘3축 이상의 매니퓰레이터’와 안전검사의 ‘3개 이상의 회전관절’은 동일한 의미가 아니다. X·Y·Z의 3개 직선축으로 구성된 직교좌표 로봇은 자율안전확인신고 대상에 해당할 수 있지만 그 사실만으로 산업용 로봇 안전검사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3개 이상의 회전관절을 가진 다관절 로봇이 포함된 셀은 안전검사 대상 여부를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안전인증을 받은 방호장치를 구입했다는 사실만으로 로봇셀 전체의 안전성이 확보되는 것도 아니다. 방호장치의 감지영역과 설치위치, 로봇의 정지시간, 작업자의 접근속도 및 안전거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방호장치가 작동했을 때 로봇이 확실히 정지하고 작업자가 감지영역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자동 재기동되지 않도록 안전제어시스템과 연동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23조는 원칙적으로 높이 1.8미터 이상의 울타리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로봇의 가동범위 등을 고려해 높이로 인한 위험성이 없는 경우에는 그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컨베이어 설치 등으로 울타리를 설치할 수 없는 일부 구간에는 안전매트나 광전자식 방호장치 등 감응형 방호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126조에 따르면 안전검사 대상 산업용 로봇은 설치가 끝난 날부터 3년 이내에 최초 안전검사를 받고 이후에는 2년마다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최초검사 기한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방호조치 없이 로봇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주는 로봇을 사용하는 시점부터 울타리, 출입문 연동장치, 감응형 방호장치, 비상정지장치 및 재기동 방지기능 등 필요한 위험방지조치를 갖춰야 한다. 점검·수리·청소·부품 교체 등의 작업을 할 때에는 로봇의 운전을 정지하고 전원을 차단한 후 잠금장치와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불시기동 방지조치도 실시해야 한다.
현행 제도의 한계도 여기에 있다. 로봇 본체는 제조·수입 단계에서 자율안전확인신고가 이루어지고 안전매트와 광전자식 방호장치 등은 개별 제품 단위의 안전인증을 받는다. 그러나 로봇과 방호장치, 지그, 컨베이어 및 제어시스템을 하나의 셀로 통합해 설치한 직후에는 로봇셀 전체의 안전성을 의무적으로 검증하는 절차가 없다. 이에 따라 설치상 결함이 있어도 최초 안전검사 전까지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최초 안전검사 기한인 3년은 안전조치의 유예기간이 아니다.
산업용 로봇의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도입·설치·사용·변경의 전 과정을 관리해야 한다. 설치 단계에서는 울타리, 출입문 연동장치, 감응형 방호장치, 비상정지장치 및 재기동 방지기능을 점검하고 실제 사용조건에서 기능시험을 실시해야 한다. 점검·정비 시에는 로봇의 운전을 정지하고 에너지원 차단과 잠금·표지조치, 이른바 LOTO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로봇셀의 구조나 제어방식이 변경된 경우에는 변경된 조건을 반영해 안전기능을 다시 검증해야 한다.
자율안전확인 신고증명서나 방호장치의 안전인증서가 로봇셀 전체의 안전까지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산업용 로봇의 안전은 개별 제품의 신고나 인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로봇과 주변 설비, 방호장치 및 제어시스템이 통합되는 설치 현장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전 세계에서 로봇 밀도가 가장 높은 국가라면 이제는 로봇의 보급과 활용을 넘어 설치·통합단계의 안전성까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용 로봇셀에 대한 사용 전 적합성평가 또는 설치단계 안전인증제도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원칙과 제도가 산업현장에 깊이 스며들어 모든 근로자가 건강하게 출근하고 안전하게 일한 뒤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일터가 만들어지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